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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문성 ** 1) Ⅰ 서론. Ⅱ 물의 속성. Ⅲ 물에 대한 리그베다 찬가. Ⅳ 입문의례에서 역할. Ⅴ 가정 제식에서 역할. Ⅵ 슈라우타 제식에서 역할. Ⅶ 결론. 요약문 주요어: * 이 글은 2019학년도 가톨릭대학교 성신교정 교비연구비의 지원을 받아 연구작성된 논문임. ** 가톨릭대학교 성신교정 동양철학 교수. [email protected]. 베다시기까지 ‘물질로서 물’ 혹은 ‘원초적 물질로서 물’은 중성명사(우단, 우다카, 바르, 암바스, 살릴라) 단수형이 사용되었고, ‘살아있고, 영적이며, 신격과 관련된 물’은 여성명사(압) 복수형(아파스)이 사용되었다. 전자는 우 주 생성 등을 설명하는 곳에서 주로 사용된 반면, 후자는 베다제식에서 중 요한 역할을 한다. 리그베다에서 물은 부정을 씻는 정화, 제식에 합당하게 만드는 성화, 생기를 주며 새로운 탄생을 가능케 하는 존재로 칭송되며, 더 나아가 청원 과 신앙의 대상인 어머니(인격화) 혹은 여신(신격화)으로 등장한다. 그런 내 용들을 담은 찬가는 제의서에 만트라로 삽입되었을 뿐만 아니라, 각종 제식 행위의 경전 근거가 되었다. 이것을 바탕으로 물의 역할은 고대인도 제식에서 다양한 방식으로 세분 화되었다. 입문의례에서 물은 정화와 재생을 상징하는 목욕, 지식전달을 상 징하는 물 붓기, 영적 양식으로서 물 마시기 등의 제식행위에 사용되었다. 이것들은 변용과정을 거치면서 가정 제식과 슈라우타 제식에서 수용된다. 하지만 입문의례, 가정 제식, 슈라우타 제식의 규정들은 배타적으로 적 용된 것이 아니라,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면서 세분화되면서 이론적 체계를 갖추게 된다. 이 규정들은 어떤 것은 원형 그대로, 어떤 것은 시대, 장소, 제식학파에 따른 비판적 수용과 변용을 반복하면서 계승되었다. 그 과정에 서 새 규정이 첨가되거나 제식행위에 대한 부가적 설명이 덧붙여지기도 하 였다. 그리고 물이 지닌 기본적 속성인 원초적 물질ㆍ정화ㆍ성화ㆍ생명ㆍ 재생ㆍ순환이라는 이미지는 이론적 체계를 갖추고 종교ㆍ철학적 중요 학설 로 전개되기도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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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http://doi.org/10.32761/kjip.2019..57.001 인도철학 제57집(2019.12), 5~51쪽

    고대인도 제식에서 물의 다양한 역할*1)

    박문성**1)

    Ⅰ 서론. Ⅱ 물의 속성. Ⅲ 물에 대한 리그베다 찬가.Ⅳ 입문의례에서 역할. Ⅴ 가정 제식에서 역할.

    Ⅵ 슈라우타 제식에서 역할. Ⅶ 결론.

    요약문[주요어: 물, 제식, 정화, 신앙, 생기]

    * 이 글은 2019학년도 가톨릭대학교 ‘성신교정 교비연구비’의 지원을 받아 연구․작성된 논문임.

    ** 가톨릭대학교 성신교정 동양철학 교수. [email protected].

    베다시기까지 ‘물질로서 물’ 혹은 ‘원초적 물질로서 물’은 중성명사(우단, 우다카, 바르, 암바스, 살릴라) 단수형이 사용되었고, ‘살아있고, 영적이며, 신격과 관련된 물’은 여성명사(압) 복수형(아파스)이 사용되었다. 전자는 우주 생성 등을 설명하는 곳에서 주로 사용된 반면, 후자는 베다제식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

    리그베다에서 물은 부정을 씻는 정화, 제식에 합당하게 만드는 성화, 생기를 주며 새로운 탄생을 가능케 하는 존재로 칭송되며, 더 나아가 청원과 신앙의 대상인 어머니(인격화) 혹은 여신(신격화)으로 등장한다. 그런 내용들을 담은 찬가는 제의서에 만트라로 삽입되었을 뿐만 아니라, 각종 제식행위의 경전 근거가 되었다.

    이것을 바탕으로 물의 역할은 고대인도 제식에서 다양한 방식으로 세분화되었다. 입문의례에서 물은 정화와 재생을 상징하는 목욕, 지식전달을 상징하는 물 붓기, 영적 양식으로서 물 마시기 등의 제식행위에 사용되었다. 이것들은 변용과정을 거치면서 가정 제식과 슈라우타 제식에서 수용된다.

    하지만 입문의례, 가정 제식, 슈라우타 제식의 규정들은 배타적으로 적용된 것이 아니라,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면서 세분화되면서 이론적 체계를 갖추게 된다. 이 규정들은 어떤 것은 원형 그대로, 어떤 것은 시대, 장소, 제식학파에 따른 비판적 수용과 변용을 반복하면서 계승되었다. 그 과정에서 새 규정이 첨가되거나 제식행위에 대한 부가적 설명이 덧붙여지기도 하였다. 그리고 물이 지닌 기본적 속성인 원초적 물질ㆍ정화ㆍ성화ㆍ생명ㆍ재생ㆍ순환이라는 이미지는 이론적 체계를 갖추고 종교ㆍ철학적 중요 학설로 전개되기도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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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I. 서론

    산스크리트어에서 물을 지시하는 명사는 많다. 첫째, 중성명사 우단(udán)과 우다카(udaká)이다. 둘째, 중성명사 바르(vā́r)와 바리(ṚV 이후 vāri)이다. 이 둘은 주로 ‘물질로서 물’을 지시한다. 셋째, 중성명사 암바스(ámbhas) 혹은 살릴라(salilá)인데, ṚV 10.129에서 창조 이전부터 있던 원초적 물질로서의 물을 지시할 때 사용

    되었다. 넷째, 여성명사 압(áp)은 보통 복수형(주격, ā́pas)1)으로 사용되는데, ‘살아있는 물’ 혹은 ‘영적 활동력을 지닌 생명체의 집합으로서 물’을 지시하였다.2)

    이렇게 다양하게 표현되는 물은 철학과 종교에서 다양한 이미

    지를 갖는다. 첫째, 고정된 꼴이 없는 물의 무형성은 우주생성 혹은 창조신화에서 원초적이고 궁극적 존재의 이미지로 확대된다. 둘째, 일상생활에서 ‘씻는’ 기능을 하는 물은 정화(淨化) 또는 성화(聖化)의 이미지를 갖는다. 셋째, 생명력의 원천인 물은 어머니로 인격화되거나 여신으로 신격화되고, 원래 있던 것을 모두 쓸어감과 동시에 새로운 영양분을 퇴적시키는 ‘대홍수’는 과거와의 단절

    1) 일반적으로 아파스(ā́pas)를 영어권 학자들은 ‘waters’로, 일본 학자들은 ‘水たち’로 번역한다. 그러나 ‘물들’이라는 번역어가 국문으로 어색하기에 ‘물’로 번역하고, 여신(女神, devī)을 지칭할 경우는 ‘아파스’로 표기한다. 그리고 ‘아파스’와 관련된 지시대명사들도 복수지만 단수로 번역한다.

    2) ṚV에서 ā́pas는 대략 500번, udán은 21번, udaká은 9번, vā́r는 10번, salilá는 5번, ámbhas는 1번 사용되었다. 베다시기까지 중성명사인 ‘물질로서 물(단수 udán, udaká, vā́r, salilá, ámbhas)’과 여성명사인 ‘영적이고 신격과 관련된 물(복수 ā́pas)’을 명확하게 구분하고, 제식에서는 후자가 중요한 역할을 하였다. 그러나 시대가 지나면서 경계가 흐려졌을 뿐만 아니라 혼용되기도 하였다. Elizarencova(1997) pp. 22-29; 阪本(後藤) 純子(2018) p. 170.

  • 고대인도의 제식에서 물의 다양한 역할 ∙ 7

    과 새로운 시작 혹은 재생(再生)이라는 이미지를 낳기도 한다. 넷째, 끊임없이 흐르며 유동하는 과정에서 지상과 천상을 오가는 물은 소통, 전달, 순환 등의 이미지로 확대되기도 한다.이처럼 다양한 용어와 이미지를 갖는 물은 고대인도 제식행위

    와 사상적 체계화 과정에서 중요 역할을 하였다. 실례로 입문의례(upanayana)에서는 재생을 상징하는 목욕과 지식전달을 상징하는 물 붓기 등을 한다. 이것들은 변용과정을 거치면서 가정 제식과 슈라우타 제식에서 수용된다. 가정(gṛhya) 제식에서 가장(gṛhapa-ti)은 아침 근행(勤行)을 위해 목욕하기, 물을 홀짝이기, 신체 닦기 등의 정화를 할 뿐만 아니라, 신들을 만족시키는 타르파나(tarpaṇa, 水供)를 바친다. 슈라우타(śrauta) 제식에서 제관(祭官, brahman)은 물로 자신, 제구, 공물을 정화하고, 제식행위의 과실을 속죄하며, 물을 뿌려 제화의 열기를 조절한다.본 논문은 일상경험에서 터득한 물의 속성과 이미지로부터 출

    발하여, ṚV에서 발견되는 다양한 물의 이미지들을 살펴보고, 베다제식에 관한 선행연구들3)을 참조하면서, 제식 문헌군에 속하는 브라마나(brāhmaṇa, 제의서), 슈라우타수트라(śrautasūtra, 슈라우타 제식 강요서), 그리히야수트라(gṛhyasūtra, 가정 제식 강요서) 등에서 발견되는 제식에서 물의 다양한 역할을 고찰하고자 한다. 이것을 통해 고대인도 제식에서 물의 역할에 대한 개괄적 지식과 관련 용어에 대한 이해의 심화가 기대된다.

    3) 본 논문은 阪本(後藤) 純子의 「‘水たち’ā́pasと‘信’śraddhā́-古代インド宗敎に おける世界觀-」(2008)에서 동기부여를 받았다. 그녀는 위 논문에서 고대인도의 제식 문헌에서 아파스(ā́pas)와 슈랏다(śraddhā́, 믿음을 두는 것)가 등치되었음을 밝히고, 끝부분에 부록처럼 고대인도 제식과 의례에서 물의 속성과 역할을 약술하고, 경전 근거로 ṚV의 네 찬가들의 번역을 소개하면서, 이 주제와 관련해서 별도의 논문을 기약했지만 아직 소식이 없다. 따라서 필자는 그 주제의 틀과 내용을 기초로 베다제식 문헌들, ṚV에 나타난 물의 개념ㆍ속성ㆍ역할과 관련된 선행 연구논문들, 베다제식문헌들과 관련된 선행 연구논문들을 참조하여 본고를 작성하였다.

  • 8 ∙ 印度哲學 제57집

    Ⅱ. 물의 속성

    일상생활의 경험을 통해 물은 고정된 꼴이 없어 담겨지는 용기

    에 따라 다른 꼴로 드러나고, 메마른 곳에 스며들어 생명력을 회복하고, 오염된 것을 깨끗이 씻겨주고, 홍수를 통해 모든 것을 앗아가지만 새로운 시작을 가능케 하고, 끊임없이 흐르면서 영양분 등을 전달하거나 하늘과 땅을 오가는 순환을 한다. 이런 일상적 경험은 동서양의 철학과 종교에서 다양한 이미지와 속성으로서

    전개되고 사상적으로 체계화된다.

    2.1. 고정된 꼴이 없음

    고정된 꼴이 없는 물의 속성(無形性)은 담겨지는 곳에 따라 서로 다른 형태로 변할 수 있는 가능성을 갖고, 소금의 경우처럼 자연 물질이 그 속에 용해되었다가 물이 증발되면 그 모습을 드러내기

    도 한다. 또한 큰 호수와 바다는 그 심연을 알 수 없고 무엇을 품고 있는지 가늠할 수도 없다. 이런 경험에 근거해서 다양한 문화의 창조신화에서 물은 태초의 일자(一者)로서 모든 씨앗을 품고 있거나 모든 형태를 현현시키는 원초적 존재로 상정되곤 한다.4)

    실례로 그리스도교의 창조신화는 하늘과 땅의 창조과정에서

    “땅은 아직 꼴을 갖추지 못하고 비어 있었는데, 어둠이 심연을 덮고 하느님의 영이 그 물 위를 감돌고 있었다.”(창세기 1장 1절)라고 한다. 한편 바빌로니아 신화에서 처음 있었던 신들은 물의 신인 압수(Apsu)와 티아마트(Tiamat)이다. 이집트의 창조신화 중 헬

    4) Aleaz(2007) pp. 34-36.

  • 고대인도의 제식에서 물의 다양한 역할 ∙ 9

    리오폴리스(Heliopolis)는 우주가 전개되기 이전에는 움직임이 없는 물로 가득 찬 무한한 대양만이 어둠 속에 존재하였다고 한다. 그리스 신화에서도 호메로스(Homeros, 기원전 8세기경)는 최초의 신은 물의 신 오케아노스(Okeanos)와 테튀스(Tethys)이다. 이렇게 상당수의 창조신화가 물을 우주 생성의 원초적 물질로 삼았다.5)

    이런 경향은 고대인도의 창조신화에서도 예외는 아니다. ṚV 찬가에서 물은 태초의 원초적 일자(一者)로 묘사되고, 우주 생성을 위해 ‘태초의 태’를 낳고, 제식의 필수요소인 제화(祭火) 혹은 아그니를 낳기도 한다. 또 아그니를 비롯한 신들이 물속으로 들어가거나, 신의 음료인 소마가 물속으로 들어간다고 묘사되기도 한다.

    2.2. 오염된 것을 씻어냄

    일상생활에서 물은 오염된 것을 씻어내는 속성이 있다. 따라서 여러 종교에서 물은 세속의 부정(不淨)을 씻어내어 성화(聖化)를 위해 사용되는데, 사원들 입구에는 목욕 장소(힌두 사원), 손과 입을 씻는 곳(불교 사찰), 손과 발을 닦는 수돗가(이슬람 사원), 성수대(聖水臺, 가톨릭 성당) 등이 있다. 신앙인들은 이곳들에서 몸을 닦거나 성수(聖水)를 찍어 바름으로써 세속적 부정을 씻고 사원에 들어가거나 종교적 제식에 참여하기에 합당한 자가 된다.6)

    이것은 세속적 부정을 지닌 삶에서 죽고 성스러운 삶으로 다시

    태어나는 것(再生)을 상징한다. 따라서 동서양을 막론하고 종교에 입문하는 의례에서 물은 재생의 의미로 사용된다. 예를 들면, 그

    5) 창세기 1장 2절; 장영란(2013) p. 39. 6) 부정을 씻어내어 성화(聖化)된다는 것은 통상적으로 거룩하게 되는 것을 의미

    하지만, 종교적 제식에서는 구체적으로 ‘그 장소에 들어가기에 합당한 자가 되는 것’ ‘해당 의례에 합당한 자가 되는 것’을 지시한다. 즉, 종교적 제식을 위한 장소 및 제식행위(karmaṇ)에 합당한 제관, 제주, 제식 참여자, 희생제물, 제구가 된다는 것이다. 따라서 제식을 앞둔 제관과 제주는 보통 물로 몸과 마음을 정화한다. 이런 제식행위는 우리나라 세시풍속에서도 볼 수 있다.

  • 10 ∙ 印度哲學 제57집

    리스도교에 입문하기 위한 성사(聖事), 즉 세례성사(baptismus)7)

    에서 물은 핵심 도구이고, 고대인도에서 바라문의 정식 구성원이 되기 위한 의례, 즉 베다학생(brahmacārín)8)이 되기 위한 입문의례(upanayana)9)에서도 물은 중요한 도구이다.또한 고대인도 제식에서 제관과 제주(祭主, yajamāna)들은 물을

    홀짝이기(ācamana), 물에 접촉하기, 목욕하기(snāna), 또는 ‘제주, 제물, 희생 동물, 바닥에 까는 풀, 땔감 나무, 의식용 도구’ 등에 물을 뿌리기(prokṣaṇa)10) 또는 씻기 등을 통해, 상징적으로 세속

    7) 그리스도교의 세례성사(洗禮聖事)는 원죄(原罪)를 비롯한 모든 죄를 물로 씻고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 새로 태어나 거룩해지도록 하며, 입문자는 이 성사를 통해 교회의 정식 구성원이 된다. 가톨릭교회 교리서(1213항)에 따르면, “세례성사는 그리스도교 생활 전체의 기초이며, 성령(聖靈) 안에 사는 삶으로 들어가는 문이고, 다른 성사(聖事)들로 들어가는 길을 여는 문이다. 우리는 세례를 통하여 죄에서 해방되어 하느님의 자녀로 다시 태어나며, 그리스도의 지체가 되어 교회와 한 몸을 이루어 그 사명에 참여하게 된다.” 이 예식의 핵심은 물(洗禮水)을 붓는 행위와 “성부와 성자 성령의 이름으로”라고 소리를 내어 말하는 것이다. 즉, 세례를 받는 당사자의 이마에 물을 부으면서 “나는 (첫 번째 물을 부으면서) 성부와, (두 번째 물을 부으면서) 성자와, (세 번째 물을 부으면서) 성령의 이름으로 (OOO에게) 세례를 줍니다.”라고 함으로써 그것이 유효하게 된다. 한국교회사연구소(1999) pp. 4902f.

    8) 브라마차린(brahmacārín, 원의는 “브라만을 지닌 자”), 즉 베다학생에 대한 가장 오래된 문장은 ṚV 10.109.5와 AV 5.17.5에서 “브라마차린은 [고유의 직무를] 행하면서 [그 직무자로] 나아간다.”(brahmacārī́ carati véviṣad víṣaḥ, ṚV 10.109.5 = AV 5.15.5)라고 언급된 것이다. 梶原 三恵子(1995) p. 1052, no. 1, p. 1050.

    9) 베다학생이 되기 위한 입문의례에 대해서는 AV(기원전 10세기경), 브라마나(brāhmaṇa, 기원전 8세기경), 우파니샤드(upaniṣad, 기원전 5세기경)에 약간의 언급이 있고, 후기 베다에 속하는 그리히야수트라(gṛhyasūtra, 기원전 3세기경) 문헌 군에서 처음으로 우파나야나(upanayana, 입문의례)라는 명칭이 등장하면서 정비된 형태로 상세하게 언급된다. 梶原 三恵子(2014) p. 1, no. 1; 박문성(2016b) p. 164, no 3, pp. 173-176.

    10) 가톨릭교회에서도 물을 흩뿌리는 제식행위는 정화를 하거나 축복하기 위해 자주 사용된다. 그 중에서 주일 또는 대축일 미사(missa)를 시작하면서 사제, 신자, 제대 등에 성수를 뿌리는 예식 아스페르시오(aspersio; ‘∼위에 뿌리다’, ‘∼을 향해 뿌리다’라는 의미를 지닌 동사 aspargere에서 유래된 용어)

  • 고대인도의 제식에서 물의 다양한 역할 ∙ 11

    적인 삶에서 죽고 제식에 합당하게 다시 태어난다고 믿었다.더 나아가서 씻는 이미지로부터, 부정한 것과 접촉, 윤리적인

    죄, 제식에 대한 잘못된 지식, 제식행위에 대한 과실(過失) 등을 씻어주고 바로 잡아 줄 수 있다는 사상으로 이어져서 정화의 도구

    또는 속죄(贖罪)의 도구로 물이 사용되기도 한다.

    2.3. 생기(生氣)를 회복시킴

    자연현상에서 ‘생명이 있는 것’은 물기가 있고 ‘생명이 없는 것’은 물기가 없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동서양을 막론하고 지옥(地獄)은 끝없이 불타는 이미지로, 죽은 자는 영혼의 갈증을 느끼는 이미지로 묘사되는 경우도 많다. 그리고 말라서 아무 것도 자라지 않던 사막에도 비가 내리면 싹이 트고 온갖 식물들이 자라기 시작

    하고, 갈증으로 힘겨워하던 생물도 물을 섭취함으로써 생기(生氣)를 되찾거나 열병으로부터 회복되기도 한다.이런 경험을 통해, 물은 불과 대립되는 의미로 생명력의 원천11)

    가 대표적이다. 이때 시편 51편에 기원을 둔 찬가 “오 주여! [유대인들이 귀신과 악령을 쫓을 때 썼던 나뭇가지인] 우슬초로 나에게 [물을] 흩뿌리소서. 그러면 제가 깨끗해지리다. 저를 씻어주소서. 그러면 제가 눈보다 더 희어지리다. 오 하느님! 당신의 크신 자비로 저를 불쌍히 여기소서.”(asperges me, Domine, hyssopo et mundabor, lavabis me, et super nivem dealbabor. miserere mei, Deus, secundum magnam misericordiam tuam)를 노래한다. 이것은 신자들에게 세례 때의 내적 정화를 상기시킴으로써, 미사 참례에 합당한 모습을 갖추도록 하기 위한 것이다. 이 밖에도 병자성사, 교회 축성, 집이나 다른 세속 사물을 축복할 때에도 유사한 성수예식을 거행한다. 그것은 정화와 치유를 통해 신자들로 하여금 세례 때에 원죄로부터 벗어나 갓난

    아이처럼 청정했던 삶을 다시 살게 하는 재탄생을 상징한다. 한국교회사연구소(1999) pp. 4721ff.

    11) 그리스도교에서 예수는 다시 목마르지 않는 물을 약속한다. 그 물을 마심으로써 영원한 생명에 참여할 수 있다. “이 [우물] 물을 마시는 자는 누구나 다시 목마를 것이다. 그러나 내가 주는 물을 마시는 사람은 영원히 목마르지 않을 것이다. 내가 주는 물은 그 사람 안에서 물이 솟는 샘이 되어 영원한 생명을 누리게 할 것이다.”(요한복음 4장 13-14절) 그리고 ‘물과 성령’을 통한

  • 12 ∙ 印度哲學 제57집

    으로 상징되기도 하고, 질병에 대한 치료약 혹은 해로운 것을 막아주는 보호자로 묘사되면서 우주를 생장(生長)시켜주는 어머니로서 인격화되거나, 악신으로부터 보호하고 복락을 증장시켜주는 여신으로서 신격화되기도 한다. 고대인도에서도 물은 강력함을 지닌 생명의 상징으로서, 병을 고쳐주고 원기를 회복해주며 악신으로부터 보호해주고 복락을 가져오는 존재로 신앙되었다.12)

    2.4. 지속적 흐름과 순환함

    물은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흘러가면서 명칭이 바뀌기고 하

    고, 지상과 천상을 순환하면서 형태를 바꾸기도 한다. 즉, 물은 지상의 작은 샘으로부터 출발하여 강과 바다로 흘러간 다음 수증기

    로 증발하여 구름이 되었다가, 비 또는 눈으로 내려 땅으로 스며들어 샘의 원천이 된다. 한편 기온이 떨어지면 각종 모양의 얼음이 되고, 극지방에서는 거대하고 견고한 빙하가 되기도 한다. 이처럼 지상과 천상을 막론하고 어디나 존재하고, 형태를 바꾸

    면서 유동하지만 언제나 그 본질은 변하지 않는다. 따라서 그것은 불사(不死, amṛti), 불멸(不滅, akṣiti), 진실(眞實, satya)을 상징하기도 한다. 이런 물의 상징성은 고대로부터 맹세, 저주, 계약, 증여, 재판 등에서 물을 증인으로 삼는 풍습으로 이어졌다.13) 예를

    세례를 통해 새롭게 태어남으로써 하느님 나라에 갈 수 있다고 한다. “물과 성령으로 새로 나지 않으면 아무도 하느님 나라에 들어갈 수 없다.”(요한복음 3장 5절)

    12) ṚV 1.23.19ff; 10.19.1ff; AV 2.3.6; 6.91.3.13) 阪本(後藤) 純子는 물을 이용한 맹세의 오래된 형태로 AV 7.83.2를 예시한다.

    “[바루나가 관할하는] 각 조항으로부터, 왕이여. 지금부터 바루나여. 우리들을 해방시키소서. 만일 ‘물이여! 죽임을 당할 일이 없는 것들(aghnyā́)이여!’라고. [또는] ‘바루나여’라고 우리들이 발설했다면, 그것(그 맹세)으로부터 바루나여! 우리들을 해방시키소서.”(dā́mnodāmno rājann itó varuṇa muñca naḥ/ yád ā́po ághnyā íti váruṇéti yád ūcimá varuṇa muñca naḥ//) 이 찬가에 대한 병행구와 관련해서는 阪本(後藤) 純子(2018) p. 178 no. 52를 참조

  • 고대인도의 제식에서 물의 다양한 역할 ∙ 13

    들면 결혼의례에서 신부의 아버지가 신랑에게 물을 부음으로써

    자신의 딸을 그에게 정식으로 건네주는 것을 상징적으로 표현한

    다. 그리고 입문의례에서 스승은 자신의 손바닥의 물을 제자에게 부음으로써 베다에 대한 지식을 남김없이 전달할 것을 약속한다. 고대인도 제식에서 이런 물(ā́pas)의 상징성은 신앙을 갖는 것(śraddhā́)과 동일시되거나 증인의 역할을 한다.14)

    그리고 끊임없이 지상과 천상을 순환하는 속성은 물이 인간세

    계와 신의 세계를 연결시켜주는 중개자로서의 이미지를 갖게 한

    다. 이런 이유로 물은 다양한 종교 전통에서 공물(供物)로서 사용된다. 예를 들면, 조상을 위한 제사 혹은 신을 위한 제사에서 ‘물 자체’ 혹은 ‘물이 혼합된 것’을 공물로 바치곤 한다. 예를 들면, 고대 그리스의 제식에서 죽은 자들에게 바치는 주요 공물은 ‘붓는 것들(choai)’이다.15) 한편 가톨릭교회의 미사(Missa, 파견하다) 중에 봉헌(奉獻)은 ‘예수의 몸(聖體)’과 ‘예수의 피(聖血)’를 공물로 바치는 것인데, 예수의 피로 봉헌되는 것은 실제로 ‘포도주에 물을 조금 섞은 것’이다. 이렇게 물을 공물로서 헌공하는 전통은 고대인도 제식에서도

    발견된다. 즉, 바라문 가장은 매일 거행하는 수공(水供, tarpaṇa)과 슈라우타 제식에서 물, 우유, 녹은 버터, 소마, 곡물로 만든 죽 등을 헌공한다. 제화에 공물로 헌공된 물은 지상으로부터 달 또는 태양계에 올랐다가 비가 되어 지상으로 돌아오는 순환 이론으로

    발전된다. 이것은 고대인도 사상에서 재생(再生) 혹은 윤회(輪廻)를 설명하는 태양계통 이론과 달 계통 에너지 순환이론에 적용되

    하라.14) 阪本(後藤) 純子(2018) pp. 158, 178ff. 15) 오뒷세이아(Ὀδύσσεια)에서는 꿀과 우유의 혼합 음료, 포도주, 물 등이고 에

    우리피데스(Euripides, 기원전 5세기)의 타우리케의 이피게네이아(Ἰφιγένεια ἐν Ταύροις)에서는 우유, 포도주, 꿀이다. 장영란(2004) p. 14.

  • 14 ∙ 印度哲學 제57집

    는 이미지이다.16)

    Ⅲ. 물에 대한 리그베다 찬가

    ṚV에서 아파스(ā́pas)에 대한 독립된 찬가는 네 편(ṚV 7.49, 10.9, 10.30, 10.47)이지만, 다른 찬가들에도 물은 중요한 개념으로 자주 등장하면서 지상의 물뿐만 아니라 천상의 물을 아울러 표현

    한다. 즉, ṚV 10.82.5-6에서 물(ā́pas)은 하늘과 땅보다 앞서 있으면서 태초의 태(gárbham prathamáṃ)를 낳고, ṚV 10.129.1-3에서 물(ámbhas, salilá)은 태초의 원초적 물질로서, 존재하는 모든 것이 그것으로부터 생겨난다.

    ṚV에서 물은 인격화되어 우주의 어머니(mātáraḥ, 여성 복수) 혹은 신격화되어 부정을 씻고 병을 치유하며 강인한 힘을 줌으로

    써 장수를 보장해주는 여신(devī́ḥ, 여성 복수)으로 칭송되었다.17)

    16) ṚV 10.88.15은 사람이 사후(死後)에 가는 두 길을 언급한다. “조상(父祖)들이 [가는] 두 길에 대해 나는 들었다. [즉], 신들의 [길]과 죽을 수밖에 없는 자들의 길을. 그 두 길을 통해 아버지(天)와 어머니(地) 사이에 있는, 이 모든 움직이는 것이 함께 나아간다.”(dvé srutī́ aśṛṇavam pitṝṇā́m/ aháṃ devā́nām utá mártyiyānām/ tā́bhyām idáṃ víśvam éjat sám eti/ yád antarā ́ pitáram mātáraṃ ca//) 이 찬가는 에너지 순환이론과 함께 사람이 사후에 다다르는 두 길, 즉 신의 길(devayāna)과 조상의 길(pitṛyāna)에 관련된 2도설(二道說)로 체계화된다. 阪本(後藤) 純子(2018) pp. 167, 169, 171-174.

    17) 제화(祭火)의 기원신화(ṚV 10.95와 ŚB 11.5.1)에는 물의 요정(apsarás)인 우르바쉬(Urvaśī)와 관련된 신화가 있다. 특히 ṚV 10.95.10에서 푸루라바스(Purūravas)는 물의 요정인 우르바쉬와 함께 살았던 때를 회상하면서, 자신의 아들 아유(Āyu, 아리아 사람들의 조상)가 물로부터 태어났다는 내용을 끼어 넣는다. 즉, “나에게 기쁨이 충만한 [선물], 물로부터(apó) 멋지게 태어난 남자아이를 안고 올 때, 물의 딸(ápyā)인

  • 고대인도의 제식에서 물의 다양한 역할 ∙ 15

    그리고 신들의 음료인 소마(sóma)와 관련되어 지상과 천상을 오가면서 우주의 생명을 지탱하는 존재로서 인식되었고, 구체적으로 베다제식에서 우유, 버터, 꿀 등과 관련되어 다양하게 사용된다.아래에서 II장에서 서술한 물의 보편 속성들이 ṚV에서 어떤 형

    태로 드러나는지를 살펴보기 위해 ṚV 1.23.16-22; 7.49.1-4; 10.9.1-5; 10.17.10; 10.82.5-6; 10.129.1-3 게송18)에 대한 번역과 해설을 덧붙인다. 이것들은 고대인도에 형성된 물의 속성과 이미지를 잘 보여주고, 제식행위에서 만트라로 자주 사용되고, 제식행위의 경전 근거가 되는 게송들이다.

    3.1. 리그베다 10.129.1-3이것은 ‘창조의 찬가’로 잘 알려진 것이다. 찬가는 신화적 요소

    를 최소화하면서, 인격화된 창조신이 아니라, 우주의 원초적 존재로서 ‘그 하나(tád ékaṃ, 一者)’로부터의 우주 생성을 암시한다.19) 아직 생성 순서와 관련해서 사상적 체계가 보이지 않지만, 이 찬가는 ṚV의 철학적 사고의 정점으로 평가된다.20)

    [그녀는] 번개(稲妻)처럼 번쩍이며 날아왔다. [그렇게] 우르바시는 아유(Āyu)를 통해 수명을 이어간다.” (vidyún ná yā́ pátantī dávidyod/ bhárantī me ápiyā kā́miyāni/ jániṣṭo apó náriyaḥ sújātaḥ/ pra órvaśī tirata dīrghám ā́yuḥ// ṚV 10.95.10//) Jamison(2014) pp. 1548; 井狩 彌介(2003), pp. 308 f.

    18) 이밖에도 물과 관련된 게송들이 많지만, ṚV에서 나타난 물의 개념, 속성, 역할과 관련된 선행연구들, 즉 Aleaz(2007), Elizarenkova(1997), Kazanas(2016), Manasi(2016), Regle(2013), Saxena(2012), Singla(2019), Valdes(2019), 阪本(後藤) 純子(2008) 등에서 인용된 ṚV 게송 중에서 II장에서 제시된 속성들을 표현하는 실례들만을 추렸다.

    19) 태초에 물 또는 대양만이 존재했고, 그것으로부터 우주가 생성되었다는 개념은 ṚV 10.82.5-6; 10.121.7-8; ŚB 11.1.6.1; 11.1.6.1; 12.5.2.14 등에서도 발견된다.

    20) 辻直四郎(1970) p. 322.

  • 16 ∙ 印度哲學 제57집

    그때(太初) 비존재도 없었고 존재도 없었다. 허공도 없고 그것 너머 천상의 세계도 없었다.21) 끊임없이 움직이는(āvarīvar) 것은 무엇인가? 어디에서? 어떤 것의 의지처 안에서? [그곳에] 짙고 깊은 물(ámbhas)은 무엇인가?22)

    그 때에는 죽음도 없었고 불사(不死)도 없었다. 밤으로부터 낮을 [구분하는] 표식도 없었다. 그 하나(tád ékaṃ, 一者)만이 바람[도] 불지 않는 곳에서 자신만의 힘으로 숨을 쉬고 있었다. 그러므로 그것 외에는 어떤 것도 없었다.23)

    [그] 태초에 어둠이 어둠을 뒤덮고 있었고이 모든 것은 경계를 알 수 없는 대양(大洋, salilá)뿐이었다.허공에 둘러싸여 텅 비어 있는

    그 하나가 강렬한 열(tápas)을 통해 생겨났다.24)

    찬가에 따르면, 태초에 “비존재도 없었고 존재도 없었다(게송 1).” 그곳에는 ‘끊임없이 움직이는(āvarīvar)25) 것으로서 짙고 깊

    21) TB 2.2.9.1의 “실로 태초(太初)에 그 무엇도 없었다. 하늘도 없었다. 대지도 없었다. 허공도 없었다.”(idaṃ vā agre naiva kiṃ canāsīt/ na dyaur āsīt/ na pṛthivī/ nāntarikṣam//)는 보다 논리적으로 정돈된 모습을 보인다.

    22) nā́sad āsīn nó sád āsīt tadā́nīṃ nā́sīd rájo nó vyòmā paró yát/ kím ā́varīvaḥ kúha kásya śármann ámbhaḥ kím āsīd gáhanaṃ gabhīrám// ṚV 10.120.1//

    23) ná mṛtyúr āsīd maṛ́taṃ ná tárhi ná rā́tryā áhna āsīt praketáḥ/ ā́nīd avātáṃ svadháyā tád ékaṃ tásmād dhānyán ná paráḥ kíṃ canā́sa// ṚV 10.129.2//

    24) táma āsīt támasā gūḷhám ágre ’praketáṃ saliláṃ sárvam ā idám/ tucchyénābhv ápihitaṃ yád ā́sīt tápasas tán mahinā́jāyatáikam// ṚV 10.129.3//

    25) 아바리바르(ā́varīvar)는 문법적으로 의욕활용의 3인칭/단수/과거이다. David Regle(2013)에 따르면 어근을 아-브리(ā√vṛ)라고 보면 ‘덮다, 감추다, 둘러싸다’라는 뜻으로, 아-브리티(ā√vṛt)로 보면 ‘틀다, 굴리다, 움직이다, 존재하

  • 고대인도의 제식에서 물의 다양한 역할 ∙ 17

    은 물(ámbhas, 중성)’만이 있었다. 그리고 그것은 심연을 알 수도 측량할 수도 없고 어둠에 덮여 ‘경계를 알 수 없는 대양(salilá, 중성)’으로 묘사된다. 그처럼 어둠에 뒤덮인 심연을 알 수 없는 원초적 상태의 물(ámbhas)에서 우주 생성이 시작된다. 여기서 물은 중성명사로서 이 세계 모든 것을 낳는 원초적 물질로서 표현된다.26)

    3.2. 리그베다 10.82.5-6이것은 비슈바카르만(viśvakarman, 모든 것을 만드는 자)에 대

    한 찬가이다. 여기서도 물(ā́pas)은 다른 신들보다 앞선(parás) 것으로서, 신들이 보고 있는 가운데 태초의 태(gárbham pratha-máṃ)를 낳는다. ṚV 10.129에서 물은 중성적이고 원초적 물질로서 표현되는데, 이 찬가에서는 태(胎)를 낳는다는 상징을 통해 물의 여성성 혹은 모성(母性)이 강조된다.

    하늘보다 앞서고 땅보다 앞서며

    아수라를 비롯한 다른 신들보다 앞선 것이 있었다. 모든 신이 동시에 보고 있는 곳에서 물(āpas)이 태초의 태(gárbha, 胎)로서 낳은 것은 무엇인가?27)

    물이 바로 그 태초의 태를 낳은 그곳에

    모든 신이 함께 [모여] 있었다. 아직 태어나지 않은 배꼽(nā́bhi)에 [그] 하나(ékam, 태초의 태)가 머물고 있었고,

    다’ 등으로 해석될 수 있다. 필자는 ‘세상이 있기 전 어둠 속에서 꿈틀거리고 있는 것’이라는 의미로 후자를 따랐다.

    26) 자세한 내용은 이 찬가에 대한 번역들을 비교하면서 상세한 문법적 사상적 설명을 덧붙인 Walter(1975)와 David Regle(2013)을 참조하라.

    27) paró divā́ pará enā́ pṛthivyā́ paró devébhir ásurair yád ásti/ káṃ svid gárbham prathamáṃ dadhra ā́po yátra devā́ḥ samápaśyanta víśve// ṚV 10.82.5//

  • 18 ∙ 印度哲學 제57집

    모든 존재를 [그 안에] 품고 있었다.28)

    3.3. 리그베다 7.49.1-4이것은 아파스(ā́pas)에 대한 독립된 찬가 중 가장 오래된 것으

    로 추정된다. 이 찬가를 통해 제관은 인드라(Indra) 신, 바루나(Varuṇa) 신, 소마(Soma) 신, 아그니(Agni) 신과 함께 정화 활동을 하는 여신 아파스에게 자신의 보호를 청한다.

    바다 한가운데로부터 우두머리로서 대양(salilá)을 지닌 자 [그녀는] 정화하면서 쉬지 않고 흐르네.강력한 번개를 지닌 인드라가 [그녀를 위해 수로를] 낸바로 그 여신 아파스는 여기서 나를 보호하소서.29)

    하늘로부터 [비로] 내리거나 수로를 따라 흐르거나 스스로 품어져 나오는 [물],맑게 정화하면서 바다로 흐르는(samudrārtha) [물],바로 그 여신 아파스는 여기서 나를 보호하소서.30)

    그 [물(ā́pas)]31) 한가운데에서 왕 바루나는

    28) tám íd gárbham prathamáṃ dadhra ā́po yátra devā́ḥ samágachanta víśve/ ajásya nā́bhāv ádhy ékam árpitaṃ yásmin víśvāni bhúvanāni tasthúḥ// ṚV 10.82.56//

    29) samudrájyeṣṭhāḥ salilásya mádhyāt punānā́ yanty ániviśamānāḥ/ índro yā́ vajrī́ vr̥ṣabhó rarā́da tā́ ā́po devī́r ihá mā́m avantu// ṚV 7.49.1//

    30) yā́ ā́po divyā́ utá vā srávanti khanítrimā utá vā yā́ḥ svayaṃjā́ḥ/ samudrā́rthā yā́ḥ śúcayaḥ pāvakā́s tā́ ā́po devī́r ihá mā́m avantu// ṚV 7.49.2//

    31) ṚV 7.86 등에서 바루나 신은 천상의 물과 밀접하게 관련을 맺는데, 그와 관련된 이 물은 ‘천상의 물’로 이해된다. 베다의 우주론에 따르면 물은 지상의 물, 허공의 비, 천상의 원초적 물질로서 존재를 계속한다. 즉, 지상에서는 자연의 샘물, 강, 호수, 바다로, 천상에서는 바루나(Varuṇa) 신이 관리하는 은하의 강 혹은 바다로, 허공에서는 구름이나 비의 형태로 지상과 천상을 연결해주는 이미지를 갖는다. 구체적으로는 원초적인 ‘천상의 물’은 허공을 통해 비

  • 고대인도의 제식에서 물의 다양한 역할 ∙ 19

    인간들의 진실과 거짓을 내려다보면서

    달콤함이 흘러넘치고 맑게 정화하는 자

    바로 그 여신 아파스는 여기서 나를 보호하소서.32)

    왕 바루나가 그 안에서, 소마가 그 안에서모든 신들이 그 안에서 강력한 힘을 마신다.33)그 속으로 아그니 바이슈바나라34)가 들어갔다.바로 그 아파스 여신은 여기서 나를 보호하소서.35)

    이 찬가에서 인드라는 번개를 이용하여 여신 아파스를 위해 수

    로를 내고, 바루나는 천상에서 진실과 거짓을 내려다보면서 인간의 정화를 돕는다. 일반적으로 베다에서 물은 몸의 정화뿐만 아니라 마음과 영혼의 정화도 중요하게 취급하여, 바루나 혹은 리타(Ṛta)가 도덕적 윤리적 규칙을 관장하면서 물과 함께 마음과 영혼

    가 되어 내리고 지하로 스며들었다가 뿜어져 나오는 샘물이 되고, 지상에서 수로를 따라 흘러가서 대양을 이룬다. 그리고 대양으로부터 허공을 거쳐 천상으로 되돌아간다. 이처럼 끊임없이 순환하며 흐르는 힘은 베다제식에서 맹세 등을 보증하는 증인 혹은 제식의 공물로서 역할을 하게도 하지만, 흐르면서 오염된 것을 쓸어가는 정화의 역할을 하는 원천이 되기도 한다. Elizarenkova(1997) p. 21; Jamison(2014) pp. 942 f.

    32) yā́sāṃ rā́jā váruṇo yā́ti mádhye satyānr̥té avapáśyañ jánānām/ madhuścútaḥ śúcayo yā́ḥ pāvakā́s tā́ ā́po devī́r ihá mā́m avantu// ṚV 7.49.3//

    33) 우르잠 마단티(ū́rjam mádanti)는 물과 결합한 소마를 마심으로써 흥분상태에서 힘을 얻게 되는 것을 지시한다.

    34) ṚV 6.7-8은 아그니 바이슈바나라(Agni Vaiśvānara)에 대한 찬가이다. 아그니의 별칭인 ‘바이슈바나라’의 원의는 ‘모든 인간에게 속하는, 보편적인, 공통적인, 무소부재인’ 등이다. 아그니가 제식에서 헌공을 받는 모든 신들과 관련되는 것, 제식을 통해 지상과 천상을 오가며 어디에나 존재하는 것, 그의 빛과 열력(熱力)이 지상과 천상의 모든 존재에게 미친다는 것 등의 이유로 아그니에게 ‘바이슈바나라’라는 이름이 붙여진 것으로 추정된다. 그리고 ṚV 6.7.5에서 ‘아그니 바이슈바나라’는 태양과 동일시되기도 한다. Jamison(2014) pp. 780-782.

    35) yā́su rā́jā váruṇo yā́su sómo víśve devā́ yā́sū́rjam mádanti/ vaiśvānaró yā́sv agníḥ práviṣṭas tā́ ā́po devī́r ihá mā́m avantu// ṚV 7.49.4//

  • 20 ∙ 印度哲學 제57집

    의 정화를 돕는다. 마지막으로 아그니가 물속으로 들어가는데, 그가 물로부터 태어났다는 이유로 ‘아팜 나팟(ápāṃ napāt, 물의 아들)’36)이라고 부르는 것과도 연결된다.37)

    베다에서 물은 소마와 종종 연관되는데, 제식에서 중요한 공물로 사용되는 소마도 물 없이 생겨날 수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

    다. 이런 소마는 물과 섞임으로써, 혹은 우유와 섞임으로써, 혹은 그 자체로써 신들의 음료가 되어 흥겹게 만들거나 영웅적 힘으로

    충만케 만든다고 믿었다.

    3.4. 리그베다 10.9.1-5이것은 고대인도 제식에서 만트라로 자주 사용되는데, 게송 1-3

    송(8송 일부)은 희생제에서 위장 등을 싸고 있는 막(大網膜)을 헌공 한 후, 천계로 들어가고 나오는 입구를 상징하는 ‘차트발라(cātvāla, 제식 장소의 동북으로 위치하는 흙을 퍼내어 움푹 파인 곳)’에서 제주와 제관들이 거행하는 정화예식의 만트라(ĀpŚS 7.21.6)에 포함된다. 이 찬가에서 “우리를 [새로] 태어나게 하기를(janáyathā naḥ, 게송3)”이란 제식을 위해 제관들이 정화예식(목욕)을 통해 다시 태어남을 상징한다.38)

    36) “제관이 [소마] 희생제에서 예배하는 분, 연료를 태우지 않고 물속에서 빛나는 분, 물의 자손이여(ápāṃ napāt)! 인드라(Indra)에게 영웅적 능력을 준 그 감미로운 물을 주소서.” (yo anidhmó dī́dayad apsú antár yaṃ víprāsa ī́ḷate adhvaréṣu/ ápāṃ napān mádhumatīr ápo dā yā́bhir índro vāvṛdhé vīryāya// ṚV 10.30.4//) Kristoffer af Edholm(2014) pp. 102ff.

    37) 바둘라 안바키야나 브라마나(Vādhūla Anvākhyāna Brāhmaṇa) 4.4는 태초에 아그니(agni, 불)는 저 세계에, 아디티야(āditya, 태양)는 이 세계에, 바유(vāyu, 바람)는 물 가운데 존재하고, 바루나(varuṇa)는 안타리크샤(antarikṣa, 허공)에 존재했다고 전한다. 게송에서 바루나는 물 가운데 존재하기를 원했고, 물은 바루나가 자신 안에 존재했으면 좋겠다고 소망한다. 그리고 여기서 신들은 머물 곳을 얻기 위하여 차례로 희생제를 거행하면서 물속으로 들어간다. 大島 智靖(2011) p. 809.

  • 고대인도의 제식에서 물의 다양한 역할 ∙ 21

    물(ā́pas)이여! 실로 존재함으로 상쾌함을 지닌 그대는우리에게 강인함을 주소서.우리 눈으로 기쁨(歡喜)을 보기 위해39)

    그대는 가장 상서로운 음료(rása),여기서 우리가 그것의 [상서로움을] 나눠 갖게 하소서.[자녀에게 모유를 주기를]40) 원하는 어머니처럼.41)

    그의 [의도에] 걸맞게 우리가 그대에게 나아갑니다.그가 머무는 곳(定住)으로 [우리가] 들어가도록그대가 [우리를] 재촉하기를.물이여! 그래서 그대가 우리를 [새로] 태어나게 하기를.42)

    물이여! 우리의 행복을 위해 [우리의] 보호자 여신이 되기 위해우리가 [그대를] 마실 수 있게 하소서.[물은] 우리에게 행복과 번영을 흐르게 하소서.43)

    모든 위대한 것들의 주재자이며44) [모든] 사람들이 정착하도록 [보증해주는]45)

    38) 阪本(後藤) 純子(2018) p. 182. 39) ā́po hí ṣṭhā́ mayobhúvas tā́ na ūrjé dadhātana/ mahé ráṇāya cákṣase //

    ṚV 10.9.1//40) 혹은 “자녀에게 자신의 가장 소중한 것을 나누기를”로 번역할 수도 있다.41) yó vaḥ śivátamo rásas tásya bhājayatehá naḥ/ uśatī́r iva mātáraḥ// ṚV

    10.9.2//42) tásmā áraṃ gamāma vo yásya kṣáyāya jínvatha/ ā́po janáyathā ca naḥ//

    ṚV 10.9.3//43) śáṃ no devī́r abhíṣṭaya ā́po bhavantu pītáye/ śáṃ yór abhí sravantu

    naḥ// ṚV 10.9.4//44) “[원하는] 재물의 주재자” 또는 “원하는 일을 [뜻대로 하는] 주재자”로 번역할

    수도 있다. 45) “[모든] 종족을 지배하는” 또는 “농경민 혹은 사람들이 정주하도록 [보증해

    주는]”이라고 번역할 수도 있다.

  • 22 ∙ 印度哲學 제57집

    물이여! [그대에게] 나는 치료약을 청합니다.46)

    이 찬가에서 물은 단순히 외적ㆍ물질적 존재를 넘어서 어머니로서 수유하면서 갓난아이를 키우는 존재로 묘사된다. 이렇게 어머니면서 생명의 원천인 물은 감미롭고 상서로운 음료(rása)로 가득 차 있다. 그래서 물은 생기를 회복해주고 질병을 치유하는 힘을 지닌 치료약(bheṣajá)으로 여겨졌다.이런 이유로 제관 혹은 제주는 생기를 주는 음료이고 치료약인

    물을 마심으로써 생명을 얻을 뿐 아니라, 그것으로부터 행복과 번영을 성취한다고 믿었다. 그와 같은 이미지를 통해 물은 마시는 것으로부터 불행으로부터 보호하고 행복을 주는 여신으로서 칭송

    되었으며 제사의 대상이 되었다.

    3.5. 리그베다 10.17.10이것은 소마제를 준비하는 물을 통한 결제(apsudīkṣā)에 자주

    사용되는 만트라로서, 많은 제의서들에 대응하는 구절들이 발견된다.47) 여기서 제관은 어머니인 물에게 제식이 합당하도록 정화해

    46) ī́śānā vā́ryāṇāṃ kṣáyantīś cárṣaṇīnā́m/ apó yācāmi bheṣajám// ṚV 10.9.5//

    47) ŚB 3.1.2.11-12는 본 게송을 만트라로 삽입하면서 다음과 같이 주석한다. “그는 목욕을 한다. ‘어머니인 물은 우리를 합당하게 [정화]하소서.’라고 읊조리면서. [그리고] ‘녹은 버터를 정제하는 자는 우리를 [합당하게] 정결하게 하소서.’ 녹은 버터로 정제된 자, 바로 그는 정결하게 된 것이다. 그렇게 때문에 ‘녹은 버터를 정제하는 자는 우리를 [합당하게] 정결하게 하소서.’라고 읊조리는다. ‘여신은 [나의] 모든 부정(不淨)을 씻겨 나가게 하기에.’라고 읊조리면서. ‘비슈밤’은 ‘모든’을 의미하고, ‘아메디얌’은 ‘부정(不淨)’을 의미한다. 왜냐하면 [그(물)가] 그 모든 부정을 그(제관)로부터 씻겨 나가게 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여신은 [나의] 모든 부정(不淨)을 씻겨 나가게 하기에.’라고 말한다.(11) 그때 그는 바로 그 물에서 일어난다. ‘깨끗하게 된 [나는] 일어나서 정화된 모습으로 [물]로부터 나갑니다.’ 라고 읊조리면서. [그렇게] 정결하게 정화된 그가 강으로부터 나간다(12).”

  • 고대인도의 제식에서 물의 다양한 역할 ∙ 23

    줄 것을 청하고 나서, 깨끗하게 정화된 모습으로 부정으로부터 일어나서 나간다고 한다.

    어머니인 물(ā́pas)은 우리를 합당하게 [정화]하소서.녹은 버터를 정제(整齊)하는 자는녹은 버터를 통해 우리를 [합당하게] 정제하소서.여신은 [나의] 모든 부정(不淨)을 씻겨 나가게 하기에.깨끗하게 된 [나는] 일어나서정화된 모습으로 [부정]으로부터 나갑니다.48)

    3.6. 리그 베다 1.23.16-23ṚV 1.23.1-15는 제식과 관련된 신들을 소마제에 초대하는 찬가

    이다. 그리고 ṚV 1.23.16-18은 소마제에서 호트리(Hotṛ) 제관이 아침에 우유를 짜면서 읊조리는 찬가 중 하나인 프라우가샤스트

    라(praugaśastra)의 끝부분에 해당한다. 특히 게송 16-17은 아그니슈토마(agniṣṭoma, 소마제의 기본형)에서 아그니와 관련된 아포나프트리야(aponaptrīya)49) 제식에서 사용되는 만트라이다. 나머지 부분은 부정을 없애주고 질병을 치료해주는 존재로 물을 칭송

    하는 AV적 경향이 있다. 이것은 제식에서 헌공되는 희생동물에게

    (sá snāti/ ā́po asmā́n mātáraḥ śundhayantv íti ghr̥téna no ghr̥tapuváḥ punantv íti tád vaí sa pūtaṃ yáṃ ghr̥tenā́punaṃs tásmād āha ghr̥téna no ghr̥tapváḥ punantv íti víśvaṃ hí riprám praváhanti devīr íti yad vai víśvaṃ sárvaṃ tad yád amedhyáṃ ripraṃ tat sárvaṃ hy ásmād amedhyám praváhanti tásmād āha víśvaṃ hí riprám praváhanti devīr iti// átha prā́ṅ ivódaṅṅ útkrāmati/ ud íd ābhyaḥ śúcir ā́ pūtá emīty uddhyā̀bhyaḥ śúciḥ pūta eti//ŚB 3.1.2.11-12//)

    48) ā́po asmā́n mātáraḥ śundhayantu/ ghṛténa no ghṛtapuvàḥ punantu/ víśvaṃ hí riprám praváhanti devī́r/ úd íd ābhyaḥ śúcir ā́ pūtá emi// ṚV 10.17.10//

    49) 물에서 태어났다는 의미를 지닌 아그니(Agni)의 별명 중 하나인 아포나프트리(aponaptṛ)에서 파생된 단어로서 ‘아그니와 관련된’이라는 뜻이다.

  • 24 ∙ 印度哲學 제57집

    물을 뿌리는 제식행위와 소마제를 끝맺으면서 제주(祭主)와 부인이 강에 들어가서 정화하는 마지막 목욕(avabhṛtha) 등에서 사용되는 만트라이다.50)

    어머니(=물), 자매들은 희생제를 거행하는 [제관]들의 [제식의] 길을 따라 [흘러]갑니다.우유에 꿀(소마)을 섞어가며.51)

    태양에 가까이 모여든 것(물) 그리고 태양과 함께 있는 그것(물)이 우리의 희생제를 재촉하게 하소서.52)

    나는 여신 아파스를 초대합니다. 우리의 소들이 [물을] 마시는 곳으로.강을 위한 공물(供物)을 바치면서.53)

    물(ā́pas)속에 불사(amṛ́ta)가 있으니. 물속에 치료약이 있으니. [그러므로] 물은 칭송받아야 [마땅합니다.]신들이여! [그대들은] 준마(駿馬)54)들이 되소서.55)

    소마가 나에게 말하기를,

    50) Jamison(2014) p. 119f ; Bhat(1998) p. 29.51) ambáyo yanty ádhvabhir jāmáyo adhvarīyatā́m/ pṛñcatī́r mádhunā

    páyaḥ// ṚV 1.23.16// 52) amū́r yā́ úpa sū́rye yā́bhir vā sū́riyaḥ sahá/ tā́ no hinvantv adhvarám//

    ṚV 1.23.17// 53) apó devī́r úpa hvaye yátra gā́vaḥ píbanti naḥ/ síndhubhyaḥ kártvaṃ

    havíḥ// ṚV 1.23.18//54) 바진(vājin)의 사전적 의미는 전사, 영웅, 전차의 말, 말 등이다. Jamison과 阪

    本(後藤) 純子는 “경주에서 승리자가 되어라”라고 번역하였다. 여신에게 칭송 혹은 공물을 나르는 신들의 이미지를 떠올리며 ‘준마’로 번역하였다.

    55) apsv àntar amṛ́tam apsú bheṣajám apā́m utá práśastaye/ dévā bhávata vājínaḥ// ṚV 1.23.19//

  • 고대인도의 제식에서 물의 다양한 역할 ∙ 25

    “물속에 모든 것을 [치유하는] 약이 있다.”그리고 “모든 것에 유익함을 주는 아그니가 [물속에 있다].”따라서 “물은 모든 것을 [치유하는] 약이다.”56)

    물이여! 나의 몸에 [질병으로부터] 보호할치료약을 가득 채워주소서.그래서 [내가] 오랫동안 [장수하며] 태양을 볼 수 있도록.57)

    물이여! 무엇이든지 내 안에 있는 이 죄악을 쓸어가 버리소서.또는 내가 [누군가를] 기만했다면또는 거짓으로 맹세했다면 [무엇이든지 쓸어가 버리소서].58)

    물이여! 오늘 나는 [그대에게] 나아갑니다. [그대]의 즙(rása)에 결합합니다.우유로 가득 찬 아그니여 오소서.나를 [그와 같은] 빛나는 능력에 결합하게 하소서.59)

    이상의 찬가들을 통해 알 수 있듯이, ṚV에서 물은 단순히 지상의 물질적 물뿐만 아니라 천상의 상징적 물의 이미지를 내포한다. 이런 이미지가 고대인도 제식에서 제화(祭火)인 아그니와 함께 지상과 천상으로 오가면서 인간과 신들을 연결해주는 물의 다양한

    이미지로 전개되었다고 할 수 있다.이 찬가들은 제의서의 만트라로 삽입되었을 뿐만 아니라, 각종

    56) apsú me sómo abravīd antár víśvāni bheṣajā́/ agníṃ ca viśváśambhuvam ā́paś ca viśvábheṣajīḥ// ṚV 1.23.20//

    57) ā́paḥ pṛṇītá bheṣajáṃ várūthaṃ tanvè máma/ jyók ca sū́ryaṃ dṛśé // ṚV 1.23.21//

    58) idám āpaḥ prá vahata yát kíṃ ca duritám máyi/ yád vāhám abhidudróha yád vā śepá utā́nṛtam// ṚV 1.23.22//

    59) ā́po adyā́nv acāriṣaṃ rásena sám agasmahi/ páyasvān agna ā́ gahi tám mā sáṃ sṛja várcasā// ṚV 1.23.23//

  • 26 ∙ 印度哲學 제57집

    제식행위의 경전 근거가 되었다. 그리고 고대인도 제식에서 제관들은 이런 만트라를 읊조리면서 자신, 제주, 그리고 제식과 관련된 사람들의 부정(不淨)을 정화해주고, 질병을 치유해주며, 과실을 바로잡아 주고, 악과 질병으로부터 보호해주고, 강인한 힘ㆍ행복ㆍ번영 등을 보장해 줄 것을 청하였다.

    Ⅳ. 입문의례에서 역할

    삼스카라(saṃskāra)60) 중 하나인 입문의례는 재생과 통과의례라는 상징성을 지닌다. 바라문 소년은 입문의례를 통해 베다학습에 합당한 존재가 되고, 일정 기간의 학생기를 마치면 졸업식(samāvartana)을 하고 귀가한 후, 결혼과 함께 가장이 되어 가정 제식을 책임지는 사제(gṛhamedhin)와 공동체에서 직무를 분담하여 슈라우타 제식61)을 거행하는 제관의 역할을 한다.제의서의 고층에 속하는 ŚB 11.5.4.1-12에는 입문의례를 8단계

    60) 주로 인생의 통과의례들로 구성된 삼스카라는 그리히야수트라(gṛhyasūtra)의 제1부에서 규정된다. 그것은 기본적으로 “결혼(부모) → 임신 → 성장 → 입문 → 졸업 → 결혼(자녀)”이라는 순환의 형태이다. 이 기본적 순환 고리는 시작하는 곳과 상관없이 거의 완벽하게 연결되는 고리의 형태를 유지한다. 永ノ尾 信悟(1992) pp. 67f, 79.

    61) 인도 고대 제식은 크게 가정(gṛhya) 제식과 슈라우타(śrauta) 제식으로 구분된다. 전자는 가장이 홀로 행하는 제식으로 한 개의 제화(gṛhyāgni, 가정의 불)를 사용한다. 반면, 후자는 공동체의 수장이 제주가 되고, 여러 명의 제관이 세 제화를 사용해서 거행하는 데, 서쪽부터 순서대로 원형 제화단의 가르하파티야(gārhapatya, 가장의 불, 공물을 조리하는 불), 반원형 제화단의 다크쉬나그니(dakṣiṇāgni, 요리의 불, 제관을 위한 음식을 조리하는 불), 정방형 제화단의 아하바니야(āhavanīya, 헌공의 불, 조리된 공물을 바치는 불)이다. 박문성(2018a) p. 13.

  • 고대인도의 제식에서 물의 다양한 역할 ∙ 27

    로 구분한다. 즉, ① 베다학생이 되기 위해 왔다고 보고한다. ② 스승이 입문자의 이름을 묻는다. ③ 스승이 입문자의 손을 잡는다. ④ 스승은 학생으로서 인정하고 선언한다. ⑤ 신들을 초대한다. ⑥ 베다학생에게 생활 규범을 훈시한다. ⑦ 사비트리(sāvitṛ) 만트라를 가르친다. ⑧ 스승의 태아가 되었다가 새롭게 태어난다.62) 입문의례에서 물은 ‘목욕하기’ ‘물을 마시기’ ‘물을 붓기’ ‘물을 흩뿌리기’ 형태로 사용되는데, 이런 제식행위들은 변용되어 가정 제식 및 슈라우타 제식 규정에도 삽입된다.

    4.1. 목욕하기

    베다학생은 입문할 때와 베다학습을 마치고 졸업하면서 목욕

    (snāna)을 해야만 한다. 그는 입문의례를 시작하면서 두발, 수염, 손톱 등을 제거하고 목욕을 하고, 베다학습을 하는 동안 계속 길렀다가 졸업을 하면서 다시 두발 등을 제거하고 목욕을 한다. 이 목욕행위는 이후 슈라우타 제식의 제관, 제주, 제주의 부인의 정화예식 등을 비롯한 다양한 제식행위에 전용된다. 이런 제식행위는 일차적으로 목욕을 통해 정화되어 성화된다는

    것을 상징한다. 그는 목욕을 통해 세속의 부정을 떨쳐버리고 베다학습에 합당한 모습으로 성화된다. AV 11.5.26는 목욕을 통해 성화된 베다학생을 빛나는 모습으로 다음과 같이 묘사한다.

    그것들을 갖추고 나서 원초적 대양(大洋, salilá)의 표면을 타오르게 한 베다학생이 바다(samudra)에서 선다. 목욕을 하여 갈색과 황색인 그는 대지에서 매우 빛난다.63)

    62) 梶原 三恵子(2003a) p. 56; 永ノ尾 信悟(1993) pp. 304ff.63) tā́ni kálpan brahmacārī́ salilásya pṛṣṭhé tā́po ’tiṣṭhat tapyámānaḥ

    samudré/ sá snātó babhrúḥ piṅgaláḥ pṛthivyā́ṃ bahú rocate// AV 11.5.26// 대응구가 ŚB 11.3.3.7에 있다. “타올랐을 때 불이 빛나는 것처럼, 이것을 알고서 브라마차리야를 행하는 그는 목욕을 한 후에 그렇게 빛난다.”

  • 28 ∙ 印度哲學 제57집

    한편 입문의례에서 목욕을 하는 것은 하나의 생존 상태(세속)에서 다른 생존 상태(非세속)로 들어간다는 것을 상징한다. 즉, 세속의 삶의 상태에서 죽고 성스러운 삶의 상태로 다시 태어남(再生)64)을 상징적으로 나타낸다. 그리고 베다학습을 마치고 목욕을 하면 ‘목욕한 자(snātaka)’65)되어 바라문 공동체의 정식 일원이 될 수 있는 자격을 갖춘 자, 혹은 가장이 되기 위한 결혼의례에 합당한 자로 다시 태어난다. 이처럼 바라문 소년은 ‘입문을 청하는 자 → 목욕(입문의례) → 베다학생 → 목욕한 자(졸업) → 결혼의례 → 가장’ 순의 의례를 거쳐서 사회의 정식 구성원이 된다.

    4.2. 물을 마시기

    입문의례는 베다학생이 왔다고 보고하는 것으로부터 시작하여

    스승의 태아가 되었다가 태어나는 것으로 완성된다. 그 과정에서 스승은 신들에게 베다학생을 의탁하는 제식을 마치고 생활규범을

    가르치면서,66) 그에게 ‘세 번 물마시기’를 지시한다. 이때 마시는

    (yáthā ha vā́ agníḥ sámiddho rócata eváṃ ha vái sá snātvā́ rocate yá eváṃ nidvā́n brahmacáryaṃ cárati// ŚB 11.3.3.7//)

    64) 입문의례를 통해 다시 태어나기 때문에 바라문, 크샤트리야, 바이샤 계급을 재생족(dvijā)이라고 한다. 그런데 ŚB 11.2.1.1은 화장을 통해 태어나는 것을 추가하여 세 번 태어난다고 해석한다. “그래서 인간은 세 번 태어나는 것이다. [그것은] 다음과 같다. 첫 번째로 어머니와 아버지로부터 태어난다. 다음으로 제식을 행하는 [제주]는 두 번째로 태어난다. 다음으로 [제주]는 죽어서 불 위에 놓여지고 [화장된 다음] 그로부터 [새롭게] 태어난다. 그것이 바로 세 번째 탄생이다. 그렇기 때문에 사람들은 인간이 세 번 태어난다고 말한다.” (trir ha vai puruṣo jāyate/ etan nv eva mātuś cādhi pituś cāgre jāyate 'tha yaṃ yajña upanamati sa yad yajate tad dvitīyaṃ jāyate 'tha yatra mriyate yatrainam agnāv abhyādadhati sa yat tataḥ sambhavati tat tṛtīyaṃ jāyate tasmāt triḥ puruṣo jāyata ity āhuḥ// ŚB 11.2.1.1//)

    65) 永ノ尾 信悟는 베다학생이 졸업식에서 많은 제식행위들을 함에도 불구하고 베다학습을 마친 사람을 ‘목욕한 자’라고 부르는 사실로부터, 목욕이 의례의 중심 위치를 차지했을 알 수 있다고 주장한다. 永ノ尾 信悟(1993) p. 312.

    66) ŚB 11.5.4.5의 훈시 내용은 “그대는 베다학생이다(brahmacāry àsi).” “[세 번]

  • 고대인도의 제식에서 물의 다양한 역할 ∙ 29

    물은 ‘불멸의 음료’를 상징되고, 베다학생이 학습을 하는 동안 영적인 양식이 된다.

    “[세 번] 물을 마셔라.” 물이 바로 불멸의 [음료]이다. 그는 그와 같이 말함으로써 ‘불멸의 [음료]를 마셔라.’라고 말하는 것이 된다.67)

    4.3. 물 붓기와 흩뿌리기

    입문의례는 본래 성스러운 말(śabda)인 베다에 대한 지식을 바라문 스승으로부터 제자에게 독점적이고 정확하게 전승하기 위한

    것이다. 이때 제자는 학습 기간 동안 스승에게 성실하게 봉사할 것을, 스승은 자신이 지닌 베다와 관련된 지적능력(medhā́)을 제자에게 온전히 전달할 것을 암묵적으로 약속한다.여기서 스승이 지적능력을 전달하는 것을 상징하는 제식행위가

    자기 손의 물을 제자의 손에 옮겨 붓는 것이다.68) 이것은 타인의 손에 물을 붓는 행위가 계약(契約)과 이전(移轉)을 맹세하는 것과 연결된 고대인도 전통과 관련된 것이다.69) 일부 학파에서는 손에

    물을 마셔라(apo ’śāna).” “의무를 행하라(kárma kuru).” “장작을 지펴라(samídham ā́dhehi).” “[낮에] 자지 마라(mā suṣupthās).” 등이다. 박문성(2016) p. 170 no. 20.

    67) apo ’śānéty amŕ̥taṃ vā ā́po ’mŕ̥tam aśānéty evaìnaṃ tád āha//ŚB 11.5.4.5//

    68) 물은 붓는 행위와 관련해서 √pūr(채우다), ā√sic(붓다), ā√nī(이끌다. 붓다), ut√sṛj(흘러내리게 하다), ava√kṣar(흘러내리게 하다), pra√kṣal(씻다) 등의 동사가 사용된다. 梶原 三恵子(2014) p. 13.

    69) 고대인도에서 어떤 사람의 손에 물을 붓는 행위는 계약 또는 기부하는 것에 대한 맹세와 관련된다. 벳산타라 자타카(Vessantara Jātaka)에는 벳산타라가 바라문에게 자신의 부인을 건네면서 물을 붓는 장면이 묘사된다. 즉, “그(Vessantara)는 서둘러서 항아리에 물을 가지고 왔다. 그리고 브라만의 손의 물을 떨어트렸다. 자신의 부인을 [그에게] 건넸다. (sīgham eva kamaṇḍalunā udakaṃ āharitvā udakaṃ hatthe pātetvā bhāriyaṃ brāhmaṇassa adāsi// Jātaka 6.570//)” 한편 결혼의례에서 신부의 아버지 혹은 브라만의 대표가 물과 함께 신부를 신랑에게 건네준다는 상징적

  • 30 ∙ 印度哲學 제57집

    물을 붓고 나서 물을 흩뿌리는(pra√ukṣ) 제행(祭行)을 추가하기도 한다. 이것은 슈라우타 제식을 위한 희생동물을 죽일 때, 그들에게 행했던 관정(灌頂, abhiṣeka)에서 유래한 것으로 추정된다.70) 이것과 관련하여, 가정 제식문헌의 규정은 크게 셋으로 구분되

    는데, ① 스승이 입문자 손에 물을 붓고 손을 잡는 경우, ② 스승이 입문자 손에 물을 붓고, 다시 손을 잡고, 입문시키는 경우, ③ 스승이 입문자 손에 물을 붓고, 그에게 물을 흩뿌리고, 손을 잡는 경우가 있다. 가장 기본적 형태인 첫째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물로 스승과 입문자의 손바닥을 채우고 나서 그(스승)는 자신의 손바닥을 채운 물을 붓는 것으로써, 그 입문자의 손바닥을 채우고 다음과 같이 읊조리는다. “우리는 사비트리의 선택받은 자!(ṚV 5.82.1)” 입문자의 손에 물을 붓고 그(스승)는 자신의 손바닥으로 엄지손가락을 포함하여 입문자의 손바닥을 잡아야 한다. “사비트리 신의 자극에 아쉬빈의 두 손으로, 푸샨의 두 손으로, 나는 그대와 그대의 손을 잡는다. 아무개.” 스승은 두 번째로 그의 손을 잡고서 말한다. “사비트리는 그대의 손을 잡았다. 아무개.” 그는 세 번째로 그의 손을 잡고서 말한다. “아그니는 그대의 스승이다. 아무개.”71)

    행위를 한다. 입문의례에서 물 붓기에 대한 보다 자세한 내용은 梶原 三恵子(2014) pp. 1-18과 박문성(2016) pp. 179-182를 참조하라. 결혼의례와 물 붓기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梶原 三恵子(2017) pp. 1-30과 立川 武蔵(2001b) pp. 135-171를 참조하라.

    70) 입문자에게 물을 흩뿌리는 것은 바둘라 그리히야수트라(Vādhūla Gṛhyasūtra)에 나타나는데, 이 구절에서 사용되는 만트라는 야주르베다 계열 특히 TS에 나오는 “나는 물을, 허브를 그대에게 흩뿌린다.”(adbhyás tváuṣadhībhyaḥ prókṣāmi)와 같은데, 이것은 희생제에 사용될 희생동물에게 물을 뿌릴 때 사용하는 것이다. 따라서 관정에 관련된 제식행위가 다르마수트라(dharmasūtra) 시대에 입문의례의 요소로 섞인 것으로 보인다. 梶原 三恵子(2014) p. 15 ; 박문성(2016b) p. 182.

    71) apāṃ aṃjalī pūrayitvā tat savitur vṛṇīmaha iti pūrṇenāsya pūrṇam avakṣārayoaty āicya devasya tvā savituḥ prasave ’śvinor bāhubhyāṃ pūṣṇo hastābhyāṃ hastaṃ gṛhṇāmy asvāv iti tasya pāṇinā pāṇiṃ sāṃguṣṭhaṃ gṛhṇīyāt// savitā te hastam agrabhīd asāv iti dvitīyam//

  • 고대인도의 제식에서 물의 다양한 역할 ∙ 31

    Ⅴ. 가정 제식에서 역할

    가정(gṛhya) 제식의 기본 형태는 바라문 가장이 아침과 저녁의 근행(āhnika)72)으로 거행되는 삼디요파사나(saṃdhyopāsana)73)가

    agnir ācāryas tavāsāv iti tṛtīyam//Āśvalāyana Gṛhyasūtra 1.20.4-6//72) 아니카(āhnika)는 ‘매일 행하는 행위’ ‘정해진 시간에 매일 거행되는 종교적

    의례’를 의미한다. 이것은 바라문 가장의 일과와 관련해서 주로 사용된다. 永ノ尾 信悟(1993)는 이것과 관련해서 ‘아침과 저녁의 근행(朝夕의 勤行)’ ‘아침과 저녁의 의례(朝夕의 儀禮)’ ‘아침과 저녁의 헌공(朝夕의 獻供)’ 등의 용어를 사용한다. 본고에서는 ‘아침과 저녁의 근행’으로 번역한다. 이것과 관련된 규정은 시대, 지역, 제식학파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가정 제식문헌군 이후에 규정된 일반적 내용은 다음과 같다. 그는 아침에 일어나서 우선 용변을 마치고 목욕을 위한 장소로 가서 입을 닦고, 이빨을 닦고, 물속으로 들어가서 목욕을 하고, 의복을 빨고, 새로운 의복으로 옷을 갈아입고, 조식(調息), 사비트리 만트라를 읊조리고, 태양의 예배, 신 등을 만족시키는 타르파나(tarpaṇa)를 행한다. 일련의 삼디요파사나 제식을 마친 가장은 신들과 관련된 일체의 예배행위인 바이쉬바데바(vaiśvadeva)를 거행한다. 다음에 식사를 마치고 베다의 학습 등을 행했다. 永ノ尾 信悟(1993) pp. 310-312; 박문성(2016b) p. 165. no. 4.

    73) 永ノ尾 信悟(1993)는 삼디요파사나(saṃdhyopāsana)를 ‘[낮과 밤의] 연결되는 시기의 예배’라고 번역하거나 원어를 음사하는데, 본고에서는 후자를 따른다. 그는 위 논문에서 북인도에서 현재 관찰되는 가장의 아침 제식행위부터 출발하여 과거로 거슬러 올라가면서 베다문헌에서 규정된 제식행위가 어떤

    변용과정을 걸쳐서 가장의 의무로 규정된 삼디요파사나 제식으로 성립되었

    는지를 밝힌다. 그에 따르면 삼디요파사나가 가장의 의무로서 처음 규정된 것은 가정 제식문헌군의 보유문헌 시대이다. 구체적 제식행위는 제식학파마다 차이가 있지만, 일반적으로 6개 대표적 행위, 즉 ① 입을 닦기(ācamana), ② 신체 닦기(snāna, mārjana), ③ 조식(調息, prāṇāyāma), ④ 사비트리 만트라, ⑤ 태양의 예배(sūryopāsanā), ⑥ 타르파나(tarpaṇa) 예배로 구성된다. 그 중에서 보유문헌 시대에 처음으로 제식화된 ‘입 닦기’를 빼면, 나머지 5개는 베다학생의 매일의 의무, 또는 베다학습 중단 의례에 기원을 둔다. 삼디요파사나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永ノ尾 信悟(1993)와 高橋 明(1990, 1992, 1993)을 참조하라.

  • 32 ∙ 印度哲學 제57집

    있다. 제식학파마다 순서의 차이는 있지만, 이것은 대게 목욕 혹은 물을 홀짝이기 등의 정화예식으로부터 시작하여 수공(水供)인 타르파나(tarpaṇa)로 끝맺는다. 물과 관련된 제식행위는 목욕, 입을 닦기 위해 물을 홀짝이기, 신체 닦기와 물가의 목욕장 혹은 물가에서 길어온 물을 통해 신들을 만족시키는 타르파나이다.

    5.1. 목욕하기

    바라문 가장의 목욕하기(snāna)는 대략적으로 다음과 같은 순서로 행해진다. 그는 아침에 일어나서 용변을 마치고 강, 연못, 우물 등에 있는 목욕장으로 간다. 동쪽 혹은 북쪽을 향한 그는 거룩한 끈(yajñopavīta)을 오른쪽 겨드랑이에 늘어트리고, 손과 발을 세 번 씻는 것으로 목욕을 시작한다. 이어서 흐르는 물에 들어가고, 양손을 모아 물을 때리고, 물을 뿌리고, 머리까지 담갔다가 떠오르는 등의 제행(祭行)을 해당 만트라와 함께 한다. 일부 학파에서는 신체를 닦기 위한 흙덩어리를 만들어서 흙으로 신체를 닦거

    나 흙을 섞을 물로 머리를 감는 등의 제행을 추가하기도 한다.74)

    5.2. 물을 홀짝이기

    물을 홀짝이면서 입을 닦는 것(ācamana)은 목욕장 또는 물가에서 가져온 물로 집에서 행한다. 가장은 동쪽 혹은 북쪽을 향하고서 오른손의 브라마(Brāhma)의 티르타(tīrtha, 수로)75)로 세 번에

    74) 고대인도 전통에서 정화를 위한 목욕에는 물, 흙덩어리, 화장장의 재 등 다양한 재료가 사용되었다. 쉬바교의 분파인 파슈파타 학파는 화장장의 재 위에 눕거나 목욕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HGŚ 1.2.7.1-9; 実 原(2002) pp. 57-66; 高橋 明(1993) pp. 50-54; 永ノ尾 信悟(1989) pp. 389ff; 永ノ尾 信悟(1993) pp. 299f.

    75) 일부 제식학파에서는 바라문의 오른손에 다섯 종류의 목욕장이 있고 그곳에 5개의 신격이 존재한다고 한다. 손가락 중간에는 신들의 목욕장, 손가락 끝에는 선인(仙人)의 목욕장, 엄지와 검지 중간에는 조상의 영의 목욕장, 엄지

  • 고대인도의 제식에서 물의 다양한 역할 ∙ 33

    걸쳐서 물을 홀짝이고 엄지손가락의 밑 부분으로 입을 닦으면서

    정해진 만트라76)를 읊조린다(HGŚ 1.2.7.10).77) 혹은 숟가락으로 물을 마시고 오른손에 물을 담아 무릎에 올려놓은 상태에서 해당

    만트라를 읊조리고 남은 물을 그릇에 붓고 입술을 닦는다. 이것은 아래의 신체 닦기와 함께 가정 제식문헌군의 보유문헌 시대에 제

    식화되기 시작하여 제식규정들에 삽입되기 시작하였다.78)

    5.3. 신체 닦기

    신체 닦기(mārjana)는 물을 홀짝이기와 마찬가지로 목욕장 또는 물가에서 가져온 물로 집에서 행한다. 신체의 각 부분을 젖은 손가락으로 만지면서 행한다. 예를 들면, 물을 홀짝이기를 세 번째 할 때, 엄지손가락으로 입을 먼저 닦고 이어서 신체 닦기를 한다. 우선 왼손바닥에 물을 집어넣고 오른손으로 덮고 만트라를 읊조리고 나서, 눈, 코, 귀, 어깨, 심장, 배꼽을 문지르고, 발과 손에 물을 뿌리고, 머리를 손가락 전체로 만지면서 닦으면서 해당 만트라를 읊조린다. 제식학파에 따라 손가락 개수(한 손가락, 두 손가락, 손가락 전체)를 지정하거나, 신체를 닦을 때 쿠샤 풀로 만든

    밑 부분의 위쪽은 브라마의 목욕장, 손바닥 중앙에는 아그니의 목욕장이 있다. 高橋 明(1993) pp. 51f.

    76) 첫 번째에는 “태양은 분노, 분노의 신, 분노의 원인에 의해서 범한 죄로부터 나를 지켜주소서. 밤에 내가 마음으로, 말로, 양손으로, 양 다리로, 배로, 성기로 범한 죄, 그것을 밤은 깨끗이 하소서. 내 안에 있는 어떠한 악행이라도, 지금 나는 나를 불사를 모태로 하는 태양 가운데, 광휘 가운데에 봉헌한다. 스바하!”, 두 번째에는 “물은 대지를 정화하라. 정화된 대지는 나를 정화하라. [물과] 브르하스파티(Bṛhaspati)는 정화하라. 브라만에게 정화된 [대지는] 나를 정화라라.” 세 번째에는 “남은 것을, 향수해서는 안 되는 것을, 또한 나의 악하게 행한 것을, 나의 모든 것을 물은 정화하라. 그리고 좋지 않은 사람들로부터 받은 것을. 스바하.”라는 만트라를 한다. 永ノ尾 信悟(1989) p. 394f; 永ノ尾 信悟(1993) p. 264.

    77) 永ノ尾 信悟(1993) pp. 299f; 高橋 明(1993) pp. 51f.78) 永ノ尾 信悟(1993) p. 306.

  • 34 ∙ 印度哲學 제57집

    정화 도구를 사용하기도 한다.79)

    5.4. 타르파나

    타르파나(tarpaṇa, 水供)는 베다학생의 생활규범 중 하나였던 것이 삼디요파사나에서 전용된 것이다. 이것은 물을 통한 정화예식을 마친 다음 손바닥의 수로(tīrtha)를 통해 물을 부으면서, 혹은 양손으로 숟가락을 잡고 손잡이 방향으로부터 물을 조금씩 흘리

    면서 신, 선인, 조상의 영 등의 이름을 부른다. 이것은 각 존재들을 만족시키기 위해 호칭에 “나는 만족시킨다(tarpayāmi).”라는 관용구를 붙인다. 간단한 제행이지만, 신격이 100개가 넘는 경우가 많다.80)

    Ⅵ. 슈라우타 제식에서 역할

    입문의례 및 가정 제식에서 언급된 제식행위들, 즉 목욕하기, 물을 마시기, 물을 붓기, 물을 홀짝이기, ‘제주, 제물, 희생동물의 목욕, 바닥에 까는 풀, 땔감 나무, 의식용 도구’ 등에 물을 흩뿌리기, 타르파나 등의 제식행위는 제식학파에 따라 고유한 형태로 슈라우타(śrauta) 제식에서도 행해진다.81) 그에 덧붙여서 아그니호

    79) 永ノ尾 信悟(1989) pp. 396f; 永ノ尾 信悟(1993) pp. 299f. 高橋 明(1993) p. 52.80) 永ノ尾 信悟(1989) pp. 305-411; 永ノ尾 信悟(1993) pp. 270ff; 高橋 明(1993)

    p. 53; Bodewitz(2003) pp. 180ff.81) 예를 들면, 인도 북부 푸나(Poona)의 차투슈링기(Catuḥśṛṅgī) 사원에서 거행

    되는 ‘16단계 예배(ṣoḍaśa upacāra pūjā)’에서 물을 사용한 제식행위는 아래의 순서로 행해진다. 준비 단계에서 제관은 물을 홀짝이기를 통해 스스로 정화하고, 제구에 단지에 물을 채웠다가 비우는 행위를 통해 제구를 정화한다.

  • 고대인도의 제식에서 물의 다양한 역할 ∙ 35

    트라(agnihotra)를 비롯한 슈라우타 제식에서 물은 제관, 제주, 제구, 희생동물(供物)의 정화, 성화, 과실에 대한 속죄를 위해 사용된다. 그리고 거룩한 물(arghya)82), 소마 등에 섞인 물, 우유 등의 대체한 말, 제화의 열기를 식히는 물 등의 공물로 바쳐지기도 한다.

    6.1. 물을 이용한 정화 및 속죄

    슈라우타 제식에서 제주의 신체적 정화는 제의서 고층에 속하

    는 ŚB 3.1.2.4-18에서 발견된다. 그것은 아그니슈토마(agniṣṭoma)의 본 제식의 준비 단계에서 제주가 행해야만 하는 디크샤(dīkṣā, 정화예식)에 대한 규정(ŚB 3.1.1-3.2.2)의 일부이다. 그것에 따르면 제주는 신체적 정화를 위해 디크샤를 위해 만든 작은 집에 들어가

    기 전에 수염ㆍ두발ㆍ손톱ㆍ발톱을 자르고(ŚB 3.1.2.4-9), 목욕을 하여 부정(不淨)을 씻어 내고(ŚB 3.1.2.10-12), 미리 준비한 완전함을 얻기 위한 옷(dīkṣitavasana)을 입음으로써(ŚB 3.1.2.13-18) 정화되어 제식에 합당하게 다시 태어난다.이런 신체적 정화 가운데 물을 사용한 정화(apsudīkṣā)에 대한

    규정 ŚB 3.1.2.10-12은 ṚV 10.17.10을 만트라로 사용하는데, 게송 10은 다음과 같다.83)

    다음으로 물을 흩뿌리기(prakṣaṇa)로 자신과 제구를 성화시키고, 나무로 만든 제의용 국자 등으로 프라니타(praṇītā, 제식용 물단지)에서 물을 떠서 공물을 성화시킨다. 본 제식에서는 신들의 발을 닦기 위해 물을 바치거나, 신들에게 거룩한 물(arghya)을 바치고, 신들이 물을 홀짝이며 입을 닦기 위한 물을 바치고, 신들을 물(āpas), 우유(payas), 산 발효된 우유(dadhi), 정재된 버터(ghṛta), 꿀(madhu), 설탕을 섞은 물(śarkara), 꽃을 넣은 향기로운 물(gandhodaka)의 순서로 목욕시킨다. 立川 武蔵(2001b) pp. 29-59.

    82) 아르기야(arghya)는 가장이 손님을 환대하면서 존경의 마음을 담아 제공하는 물이다. 제관은 제사장소에 신들을 초대하고 나서, 상징적으로 그들의 발을 닦아주고 물을 제공하는 것으로 이해된다. 베다제식의 형식은 가장의 의무에 속하는 손님환대의례의 형식을 기본으로 하는데, 지상세계에 좋은 것을 주는 신들이, 제식에 중요한 손님으로서 만트라 등으로 환대받고 공물을 향수하게 된다. 井狩 彌介(2003) p. 304.

  • 36 ∙ 印度哲學 제57집

    그때 그는 목욕을 한다. 거짓을 말하는 자는 내적으로 악취를 풍기는데, 실로 그 사람은 [희생제에] 합당하지 않다. 그런데 물은 [희생제에] 합당한(청정한) 것이다. “[나는] 정화(dīkṣā)될 것이다.” 그리고 물은 [부정을] 걸러내는 도구이다. “[나는] 걸러져서 정화될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그는 목욕을 한다.84)

    입문의례 때와 마찬가지로 슈라우타 제식에서도 두발 등을 제

    거하고 목욕은 제식을 시작할 때뿐만 아니라, 제식을 마치면서 동일하게 행하는 목욕(avabhṛta)으로 이어진다. 그것은 목욕이 정화만이 아니라, 죽음과 재생, 즉 세속적 존재(家長)로서 죽고 거룩한 존재(祭主)로 다시 태어나는 것, 그리고 제주 혹은 제관으로서 죽고 가장으로서 재생하는 것을 상징하기 때문이다.85)

    한편 물은 부정을 정화하는 기능뿐만 아니라, 제식행위와 관련된 과실 혹은 죄를 속죄(prāyaścitti)86) 할 때 사용된다. 예를 들면 MS 1.8.3:118.3-10에는 제관이 우유를 짜거나 헌공용 그릇에 옮겨 담으면서 범한 과실87)에 대한 속죄에 규정88)이 있는데, 쏟아진 우

    83) ŚB 3.1.2.11-12는 본고의 “III. 물에 대한 리그베다 찬가”의 3.5.의 각주를 참조하라.

    84) átha snāti/ amedhyo vai púruṣo yad ánṛtaṃ vádati téna pū́tir antarato médhyā vā ā́po médhyo bhūtvā dīkṣā íti pavítraṃ vā ā́paḥ pavítrapūto dīkṣā íti tásmād vaí snāti// ŚB 3.1.2.10//

    85) 阪本(後藤) 純子(2018) p. 176.86) 프라야슈칫타(prā́yaścitta)는 제식을 잘못 거행했을 때, 그 제식을 올바르게

    고쳐서 거행하는 것이 일차적 의미이다. 그것이 시대가 흐르면서 일반적 죄에 대한 속죄 개념으로 확대된다. 제식과 관련된 속죄법(prā́yaścitti)에 대해서는 坂本 恭子(1996a와 1996b)와 西村 直子(2009)를 참조하라.

    87) 헌공용 우유를 짜면서 젖소가 움직여서 흩뿌려지거나 그릇이 깨진 경우, 그릇 밖으로 흘러넘친 경우, 헌공용 그릇에 옮기는 과정에서 물이 들어간 경우는 속죄를 하고 새롭게 우유를 짜거나 대체용 공물을 헌공한다. 왜냐하면 물을 끼얹지 않은(apratiṣekyá, 즉 물이 섞이지 않은) 우유가 공물로서 합당하기 때문이다.

    88) 박문성(2019) pp. 156f.

  • 고대인도의 제식에서 물의 다양한 역할 ∙ 37

    유에 대한 속죄를 위해 물을 붓는 속죄 행위를 제시한다.

    [우유가] 흩뿌려진 곳에 [속죄를 위해] 물을 부어야만 한다. 물은 적정(寂靜)한 것이다. 물이 곧 속죄이다. 물은 치료와 관련된 것 [즉, 치료약]이다. 물이 가까이 [흘러가는 지면(地面)], 그곳에서 아주 탁월한 식물들이 생겨난다.89)

    6.2. 물을 이용한 공물

    자이미니야 브라마나(Jaiminīya Brāhmaṇa)의 1.45는 우파니샤드의 5화설보다 오래된 형태로 반복되는 아그니호트라를 통해 인간이 태어나는 과정을 설명한다. 이것은 우파니샤드 5화설보다 오래된 것인데, 여기서 ‘최초의 공물’로서 헌공되는 것은 물이다.

    바로 이 타오르는 것(太陽), 이것이 모든 인간들에게 속하는 불(普遍火, agni-vaíśvānara)이다. […] 이 보편적 불(普遍火)에 매일 신들이 불사의 음료(amṛtam)인 물(āpas)을 헌공한다. 그 공물을 헌공하면, 그것으로부터 [식물의] 왕 소마가 발생한다. […] 여자(女)가 보편적 불(普遍火)이다. […] 그러한 이 보편적 불에 매일 신들이 정액을 헌공한다. 그렇게 공물을 헌공하면 그곳으로부터 인간이 발생한다.90)

    한편 신월ㆍ만월제(darśa-pūrṇamāsa) 등에서는 물은 소마 형태로 헌공되는데, 그것이 천상의 달을 소마로 충만하게 하고 그것

    89) yátra skándet tád apó nínayed/ ā́po vai śā́ntir/ ā́po niṣkṛtir/ ā́po bheṣajā́/ yátra vā́ etā́ asyā́ upayánti tát práśastatarā óṣadhayo jāyante báṃhīyasīr/ MS 1.8.3:118.3-4/

    90) eṣa vā agnir vaiśvānaro ya eṣa tapati/ […] tasminn etasminn agnau vaíśvānare 'harahar devā amṛtam apo juhvati/ tasyā āhuter hutāyai somo rājā saṃbhavati// […] striyo vā agnir vaíśvānaraḥ/ […] tasminn etasminn agnau vaiśvānare 'harahar devā reto juhvati/ tasyā āhuter hutāyai puruṣas saṃbhavati//Jaiminīya brāhmaṇa 1.45. 阪本(後藤) 純子(2018) p. 169 재인용.

  • 38 ∙ 印度哲學 제57집

    을 먹은 신들은 활력을 얻게 된다.91) 그렇게 공물의 형태로 하늘로 올라갔던 물은 비가 되어 내림으로써 지상에서 살아가는 생명

    체에게 활력을 준다.92) 물이 천상과 지상을 오간다는 이론은 우파니샤드의 5화2도설로 체계화되는 시발점이라고 할 수 있다.

    6.3. 물을 이용한 열기 조절

    슈라우타 제식에서 물은 제화의 열기를 조절하는 역할을 한다. 제의서 규정에 따르면 열기 조절은 두 종류가 있다. 첫째는 제화에 직접 뿌림으로써 물단지 안에 공물이 끓어 넘치지 않도록 하는

    것이고, 둘째는 희생동물에 뿌림으로써 지나치게 빨리 타는 것을 제어하는 것이다. 두 경우 모두 아하바니야(āhavanīya) 제화 옆에 놓인 프라니타(praṇītā, 제식용 물단지)의 물을 이용한다. 아드바리유(Adhvaryu) 제관은 신월ㆍ만월제를 준비하면서 제식

    용 물단지를 아하바니야(헌공의 불) 제화가 있는 동쪽 제단(vedi)으로 옮기는 프라니타프라나야나(praṇītāpraṇayana) 제식행위를

    91) 신월제(新月祭)와 만월제(滿月祭)에서 헌공(獻供)되는 공물인 삼나이야(sāṃnāyya)는 산발효한 우유(酸発酵乳, dadhi)와 가열한 우유(śṛta, 加熱乳)의 혼합물이다. 전자는 소마제를 위한 준비일(upavasatha) 밤에 짠 우유로 만들어진다. 바자산네인파는 소마가 하늘과 땅을 순환한다는 사고를 바탕으로 월삭의 밤이 지난 다음 날 소마를 바치는 신월제를 통해 천상의

    달이 차오르게 된다고 주장한다. 왜냐하면 ŚB 1.6.4.14-15에 따르면, 월삭의 밤이 되어야 소마가 물 또는 식물에 들어가 그것을 먹은 소에게서 소마를

    포함한 우유를 짤 수 있기 때문이다. 西村 直子(2009) p. 13f.92) 고대인도에서 ‘물의 순환’은 ‘태양ㆍ불의 빛과 열의 힘(光熱力)의 순환’ 또는

    ‘생명주체(ásu, ā́tman 등의 단어로 표현)의 순환’으로 종합되면서, 장대한 ‘물, 광열(光熱), 생명 에너지의 순환’ 이론을 형성한다. 기본적으로 순환의 기점은 태양이고, 태양이 물을 흡수했다가 방출한다고 이해했다. 한편 달은 차고 기울기를 계속되는데 남성인 달이 부인들인 별(座)을 순차적으로 방문하고, 초하루(밤과 낮)에는 태양의 여신(Sūryā)이 있는 곳에 체재(滯在, 태양과의 결혼)하는 것으로 이해된다. 이후에는 초하루 밤의 달은 태양이 아니라 대지에 묵는다는 설도 생겨난다. 阪本(後藤) 純子(2018) pp. 171-174.

  • 고대인도의 제식에서 물의 다양한 역할 ∙ 39

    한다. 그는 만트라를 읊조리면서 물단지를 옮겨와서 제화의 북쪽 방향에 놓는다. 이것은 제식용 물단지의 물이 제식을 동쪽으로 이끄는 것을 상징하기도 한다.93) MS 4.1.4:5.18-6.6은 물단지를 옮기는 제식행위를 아래와 같이 규정한다.

    제주가 ‘믿음을 두는 것’을 파지(捕捉)하지 않고 제사 지내면, 그가 제사 지낸 것(iṣṭá)에 신들과 인간들은 믿음을 두지 않는다. 물을 [동쪽으로(Āhavanīya 祭火쪽으로)]94) 옮긴다. 물은 ‘믿음을 두는 것’이다. 바로 ‘믿음을 두는 것’을 파지하고 나서야 [제주로서] 제사 지내는 것이 된다. 물은 제식이다. 제식을 [위해 제구들을] 늘어놓고 나서 [아드바르유 제관(adhvaryu)은 동쪽으로] 이동한다. 물은 신들이 머물기를 즐기는 영역이다. … 물은 훼손된 것을 [제거하는 자]이다. [그것은] 훼손된 것을 제거하기 위한 것이다. … 이렇게 알고 있는 [제관]이 이렇게 알고 있는 [제주의] 물을 [동쪽으로] 옮긴다면, “[하늘에 속하는] 여신인 물이여! [제식의] 선두에 서서 가는 자들이여!”라고 [읊조리면서]. 바로 제식을 [동쪽으로] 옮기는 것이 된다.95)

    제관은 공물을 헌공할 때, 이렇게 옮겨진 물을 이용하여 제화의 열기를 조절한다. 이것과 관련해서 MS 1.8.3:118.10-119.7에서 실례를 찾아볼 수 있다. 이때는 우유 그릇을 닦는 물96), 즉 ‘우유도

    93) 阪本(後藤) 純子(2018) pp. 161f. 高川 武蔵(2001a) p. 64.94) 슈라우타 제식의 제화는 서쪽부터 가르하파티야(gārhapatya), 다크쉬나그니

    (dakṣiṇāgni), 아하바니야(āhavanīya)의 순서로 설치된다. 따라서 일반적으로 제관이 물, 공물, 제화 등을 가르하파티야 제화 쪽에서 아하비니야 제화 쪽으로 옮기는 것은 ‘서쪽에서 동쪽으로 옮긴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95) yó vái śraddhā́m ánālabhya yájate nā́sya devamanuṣyā́ iṣṭā́ya śrád dadhati/ apáḥ práṇayati/ āpo vái śraddhā/ śraddhā́m evā́lábhya yajate/ ā́po yajñás/ yajñáṃ tátvā prácarati/ ā́po devā́nāṃ priyáṃ dhā́ma/ … / ā́po rakṣoghnī́s/ rákṣasām ápahatyai/ … / yásyaiváṃ vidūṣa eváṃ vudvā́n apáḥ praṇáyati dévīr āpo 'greguvā íti yajñám evá práṇayati/ MS 4.1.4:5.18-6.6/

    96) 우유를 짠 그릇을 닦은 물이라는 것은 그릇을 닦으면서 우유가 약간이라도 섞여 있는 것을 의미하는 것 같다. 즉, 물도 아니고 우유도 아닌 상태의 물을

  • 40 ∙ 印度哲學 제57집

    아니고 물도 아닌 것’을 사용한다. 그것을 제화에 뿌려가면서 헌공용 그릇 안의 공물(sāṃnāyya)이 끓어 넘치지 않도록 한다. 하지만 공물에 물이 들어가지 않도록 해야만 한다.97) 한편 ‘물과 식물에 대한 헌공’과 관련된 MS 1.8.2:117.5-7는 제

    화에 바친 공물에 직접 물을 뿌림으로써 타지 않게 열기를 조절하

    는 규정을 한다. 이 경우는 MS 1.8.3:118.10-119.7와 반대로 물을 뿌릴 때 불에 직접 뿌려지지 않게 해야만 한다.

    [그가] 그것(供物, ā́huti)들을 물에 부어 넣었다. 그것(아그니)이 물을 연소시켰다. [그렇게 해서] 물이 아그니의 천둥(vajra, 雷)이 되었다. 그렇기에 공물(供物)에 물을 계속 뿌리는 과정에서, 불에 물이 뿌려지면 안 된다. 만일 불에 물을 뿌리면, 그 경우는 죽은 [공물에] 뿌리는 것이 될 것이다.98)

    이렇게 상반된 제식행위를 규정하는 이유에 대해 문헌에서 명

    확하게 밝히고 있지는 않지만, 문맥상으로 전자는 소마제 또는 곡물제(iṣṭa)를 거행할 때 헌공용 그릇 안의 공물이 끓어 넘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것으로 추정된다. 그리고 후자는 희생동물을 공물로 사용하던 희생제를 행할 때, 공물이 지나치게 뜨거운 제화에 까맣게 타버리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것으로 이해된다.

    사용한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 같다.97) 이것과 관련해서는 Bodewitz(2003) pp. 64ff를 참조하라.98) tā́m apsú prā́siñcat/ sā́pó ’nvadahat/ tā́ agnáye vájro ’bhavaṃs/ tásmād

    hávīṃṣi prókṣatā́gnír abhí ná pró́kṣyó/ yád abhiprokṣéd dhaténa yajñéna yajeta/ MS 1.8.2:117.5-7/

  • 고대인도의 제식에서 물의 다양한 역할 ∙ 41

    Ⅶ. 결론

    베다제식과 관련된 제의서들을 통해서 ‘물질로서의 물’은 중성명사 단수가 주로 사용되고, ‘영적이고 살아있고 신격화된 물’은 여성명사 복수가 사용되었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 실례로 ṚV 찬가는 우주의 원초적 물질로서의 일자(一者), 혹은 그것으로부터 모든 존재가 발생하는 물질로서의 물(사상과 철학적 사고)을 표현할 때는 대양 혹은 바다와 같은 중성명사를 사용한다. 그러나 베다제식과 관련해서 정화, 성화, 치료, 속죄, 증인 등의

    제식의 도구, 혹은 의인화되고 신격화 된 존재로서 생명을 보장하고 복락을 증장시켜주는 물(제식과 종교적 사고)을 표현할 때, 여성명사인 아파스(ā́pas, 복수)가 주로 사용되었다. 따라서 우주의 창조신화를 제외하면 고대인도 제식에서 주로 사용된 단어는 ‘아파스’였다.본문에서도 살펴보았듯이 아파스로 표현된 물은 ṚV에서부터 부

    정을 씻는 정화, 제식에 합당한 존재로 만들어 주는 성화, 새로운 탄생의 이미지를 지닌 채, 어머니로서 의인화되거나 여신으로서 신격화되면서 신앙과 기원의 대상이 되었다. 그런 이미지를 담고 있는 ṚV의 찬가들은 이후 제의서들에서 만트라로 삽입되면서, 베다제식에서 물의 역할을 세분화하는 근거가 되었을 것이다. 그 과정에서 입문의례의 제식행위들, 즉 목욕하기, 물 마시기,

    물 붓기 등은 체계화되어 가정 제식과 슈라우타 제식에도 전유되

    었다. 특히 목욕을 통해 입문자가 정화, 성화, 재생을 한다는 사고는 슈라우타 제식에서 가장, 제주, 제구, 공물, 신들과 관련된 정화 및 성화를 위한 제식행위로 세분화되었다.

  • 42 ∙ 印度哲學 제57집

    그리고 가장의 일과의 중심인 삼디요파사나에서 밤에 부정하게

    된 몸과 마음을 목욕하기, 물을 홀짝이기, 물을 흩뿌리기, 신체 닦기 등으로 정화할 뿐만 아니라, 타르파나 등의 예배를 통해 신들을 만족시키는 제식행위를 한다. 이처럼 가정 제식에서 사용된 물은 가정 제사를 책임지는 사제 혹은 가정의 화목과 번영을 책임지

    는 가정의 수